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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알리샤, 당신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 <굿 와이프> 시즌 7 카테고리 없음 2020. 6. 28.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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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오래 살진 않았지만... 가끔 내 삶의 전성기는 언제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전성기라는 것이 내가 마음 먹은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잘 되던 시기였을 수도 있구요. 소위 말하는 사회적 인정을 많이 받은 시기일 수도 있지요. 순진하게도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그 전성기라는 말이 되게 슬픈 게 뭐냐면 말이죠.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는 거죠. 물론 개그맨 박명수가 예전에 부르짖고 다녔던 제8의 전성기 처럼 전성기가 다시 돌아온다면 참 좋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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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와이프>는 시즌 7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박수 받을 때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입니다. 스토리상 이제 전개될 수 있는 건 알리샤가 주지사나 대통령 선거까지 가는 뭐 그런 수순이니까요. 그렇게까지 스토리가 전개되면 너무 힐러리 클린턴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닌가 해서 말이죠. <굿 와이프>가 꾸준하게 사랑받으면서 막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시즌동안 꾸준하게 성장해온 알리샤의 캐릭터입니다. 시즌 1에서 성추문 스캔들로 기자회견을 하던 남편 옆에 서 있던 알리샤는 뭔가 주눅들어 있고, 촌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마지막에서 주지사 사퇴 회견을 하는 남편 옆에 서 있던 알리샤는 당당하고, 세련되었습니다. 그렇게 알리샤는 온갖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고 능력과 매력을 동시에 갖춘 캐릭터가 되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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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굿 와이프>가 사랑받은 건 이런 이유뿐은 아닙니다. 시즌 5에서 안타깝게 하차한 윌의 존재는 <굿 와이프>의 멜로라인을 담당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참모장 일라이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거기에 변호사들과 판사들 역시 각각의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인물들이었지요. 이렇게 알리샤 주위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하나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미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법정 드라마라는 것도 재미의 한 요소이지요. 이번 시즌에만 봐도 무인운전 자동차, 저작권 문제, 드론 등의 시대상을 반영한 문제에서부터 낙태, 언론의 자유 등 민감한 문제까지 다루면서 치열한 논리 싸움을 보여주었지요. 물론 정치 이야기를 사실과 가깝게 보여준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물 밑에서 이루어지는 로비, 선거운동에서의 각종 해프닝, 선거 관련 재판까지... <하우스 오브 카드>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현실적인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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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7에서 마지막 결말 부분은 좀 실망스럽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뭔가 말끔한 결말도 아니었고, 종영 드라마의 결말 치고는 조금은 밋밋했다는 분들도 있었죠. 아쉽기는 했습니다만.. 어찌보면 이게 <굿 와이프>다운 결말이 아니었을까라는... 알리샤는 내내 성장해왔습니다. 변해왔습니다. 그것이 옳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남편의 배신에도 남편의 정치적 성장을 위해 쇼윈도우 부부 행세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윌 가드너와 사랑을 하지만 엇갈리는 사랑의 짝대기 속에 결국 윌을 허망하게 보내죠. 마지막 시즌에서는 조사관 제이슨과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요. 행복과 성공이 양립하기 힘들다는 걸 보여줌과 동시에 알리샤의 마지막 장면은 이제 그녀도 남편 피터처럼 이제 정치적인 모습을 띄기 시작하는 걸 상징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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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드라마는 종영되었지만... 정말 실제로 알리샤와 같은 인물이 있었다면 그녀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일 겁니다. 그녀가 정치적으로는 충분히 경쟁력있는 후보가 될 것이고, 제이슨과의 사랑을 선택하더라도 충분히 잘 이루어질 겁니다. 어떤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변호사 커리어를 더 쌓아서 성공적인 변호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알리샤 자신이 어떤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살아가느냐는 것이겠죠. 그 선택에 따라 알리샤의 전성기는 오래 갈 수도 짧게 끝날 수도 있습니다. 선택의 옳고 그름 따위는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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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저에게 전성기가 언제였냐고 물어본다면... 음...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겁니다. 벌써 전성기가 지나갔다고 생각하기엔 억울합니다. ㅎㅎ 저의 전성기는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알리샤처럼 다가오는 전성기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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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7월엔 <굿 와이프>의 한국 버전이 나온다지요.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등 배우 면면은 굉장히 좋은데요. 연기로 걱정할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단,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들을 건드릴 수 있을지... 그리고 치열한 법정 다툼을 잘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됩니다.2. 마지막 시즌이라고 윌 가드너는 막바지에 가면 실컷 나옵니다. 윌과 알리샤의 안타까운 사랑에 공감하셨던 분들은 좋은 선물이 될 듯 하네요.